✅ 오늘의 파쓰 지식 : 오늘은 지난주에 이어 UX 집중의 법칙 중 시각적 집중과 관련된 법칙들을 알아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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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구글은 혁신적인 커뮤니케이션 및 협업 도구인 구글 웨이브(Google Wave)를 세상에 선보였어요. 구글 웨이브는 이메일, 인스턴트 메시징, 소셜 네트워킹, 그리고 문서 협업 기능을 한데 모아 제공하는 야심찬 서비스였지요. 많은 사람들은 구글 웨이브에 대해 큰 기대를 품었고, 구글 웨이브가 디지털 커뮤니케이션의 미래를 바꿀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기도 했어요. 하지만 이런 기대와는 달리 구글 웨이브는 그리 오래가지 못했고 2010년 8월 출시된 지 약 1년 만에 서비스가 종료되었어요.  

무엇이 문제였을까요? 다양한 문제들이 있겠지만, 그중에서도 UX 집중의 법칙을 고려하지 않았던 것이 주요한 문제 중 하나였어요. 구글 웨이브는 다양한 기능을 제공했지만, 그 기능들이 너무 복잡하게 얽혀 있어서 사용자가 쉽게 이해하고 집중할 수 없었어요. 결국 사용자들은 웨이브의 진가를 알아보기도 전에 혼란에 빠져 이탈하고 말았어요.

이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사용자 경험에 있어 ‘집중’은 굉장히 중요한 요소예요. 사용자가 제품을 쉽게 이해하고, 그 사용목적과 기능에 집중하지 못한다면 결국 그 제품을 지속적으로 사용하지 못하게 되니깐요. 그럼 이번 파쓰레터에서는 지난주에 이어서 사용자들을 집중시키기 위한 UX 집중의 법칙 중에 ‘시각적 집중’과 관련된 세 가지 심리현상들을 알아보도록 할게요.🤗

시각적 집중 1️⃣ – 폰 레스토프 효과

폰 레스토프 효과는 독일의 정신과 의사이자 심리학자인 헤드위그 폰 레스토프(Hedwig von Restorff)가 1933년에 처음으로 발견했습니다. 그녀는 1993년 참가자에게 유사한 항목으로 구성한 목록을 보여주고 사람들의 기억을 확인하는 실험을 하였는데요. 그 과정에서 사람들이 여러 항목 중 뚜렷이 구분되는 항목을 가장 잘 기억한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었어요. 그래서 폰 레스토프 효과는 어떤 항목이 다른 항목들 사이에서 두드러지게 되면, 그 항목이 더 잘 기억된다는 것을 의미하는데요. 예를 들어, 단어 목록에서 대부분의 단어가 검은색으로 쓰여 있지만, 하나의 단어만 빨간색으로 쓰여 있다면 사람들은 빨간색 단어를 더 잘 기억하겠지요. 이런 현상은 특정 항목이 시각적, 감정적 또는 개념적으로 다른 항목들과 차별화되기 때문에 발생한다고 합니다.

폰 레스토프 효과를 플랫폼의 UX/UI에 적용해 본다면 작은 화면 속에 펼쳐지는 수많은 정보 중에서도 다음 행동으로 유도하기 위해 집중해야 할 요소만 다른 색상, 다른 폰트, 다른 느낌으로 표현할 수 있겠지요. 실제로 잘 만들어진 많은 플랫폼들에서 기본적인 색상은 무채색 계열로 통일하고, 포인트를 줘야 할 부분에서만 플랫폼의 키 컬러(Key Color)를 써서 표현하는 경우가 많아요. 와디즈의 화면도 이런 사례로 볼 수 있는데요. 아래 그림에서 보시는 것처럼 모바일 화면에 대부분의 정보들은 검은 계열로 표현되고, 소셜 프루프*를 유도하기 위한 텍스트 ‘00명이 인증했어요'라는 부분과 새로운 알림에 대한 부분만 색상을 써서 표현한 것을 볼 수 있어요. 때문에 플랫폼에서 강조하고 싶은 정보에 사용자들을 집중시키고, 사용자들이 이 정보에 관심을 갖고 다음 단계로 이어질 수 있도록 행동을 유도할 수 있지요.

*소셜 프루프(Social Proof): 사회적 증거로 주어진 상황에서 어떻게 행동할지 선택할 때 다른 사람의 행동을 모방하는 심리적, 사회적 현상을 의미해요. 

한편, 알리 익스프레스의 경우 이런 면에 있어서 다소 정리가 잘되지 않은 모습을 보이고 있어요. 다양한 색상을 이용해서 플랫폼의 여러 정보들을 강조하다 보니 사용자들은 어디에 집중해야 할지 길을 잃게 되어버릴 수 있지요.

시각적 집중 2️⃣ – 지각적 맹시(Perceptual Blindness)

다음으로 소개드릴 인지 편향은 바로 ‘지각적 맹시(Perceptual Blindness, 혹은 부주의 맹시 Inattentional blindness)입니다. 지각적 맹시에 가장 유명한 실험 중 하나가 바로 고릴라 실험입니다. 2000년대 초 일리노이 대학의 심리학과 교수인 대니얼 시몬스(Daniel Simons)와 그의 연구팀이 이 실험을 수행했는데요. 그는 실험 참여자들에게 한 영상을 보여주고, 그 영상 속에서 선수들이 공을 몇 번이나 패스했는지 세어보라고 요청하였습니다. 그런데 참여자들은 농구공을 패스한 수를 세느라 그 영상 속에 한 여성이 고릴라 옷을 입고 지나갔다는 사실을 발견하지 못하였습니다. 아래 사진으로만 보면 고릴라가 너무 시강(시선 강탈)인데 말이죠.🦍연구가 유명해지자, 같은 연구팀은 속편을 만들었습니다. 이번에는 참여자들이 영상에 고릴라가 등장할 것이라는 기대가 컸는데, 실제 참여자들은 고릴라를 지켜보느라 배경 커튼 색이 변하는 등의 사건들은 인지하지 못하였다고 합니다.😂

즉, 지각적 맹시란 개인이 특정 자극에 집중하고 있을 때 다른 자극을 인식하지 못하는 현상을 말합니다. 실제 플랫폼 서비스를 설계할 때에도 지각적 맹시를 고려하는데요. 이 강조하고자 하는 정보나 기능을 더욱 눈에 띄게 하고 사용자가 중요한 내용을 간과하지 않을 수 있도록 유도합니다. 주의를 분산시킬 수 있는 요소를 제거하고 플랫폼 인터페이스 상에서 한 가지 정보나 기능에 집중하도록 하는 것이지요.

만약에 지각적 맹시에 대한 고려를 하지 않고 설계한다면, 기능이나 정보가 제공되지만 사용자들이 인지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어요. 한 화면에서 특정 행동을 했을 때, 큰 변화와 작은 변화가 동시에 일어난다면 작은 변화에 대해서 사용자들은 인지를 못할 수가 있는 것이지요. 예컨 아래의 사진에서 좌측 상단에 있는 햄버거 버튼을 눌렀을 때에 왼쪽 화면과 같이 숨어 있던 내비게이션 메뉴가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크게 등장합니다. 사용자들은 대부분 이 큰 변화에 시선이 머무르기 때문에 우측 상단에 검색 버튼이 생겼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하지요. 그렇기 때문에 지각적 맹시를 고려하지 않고 기능이나 정보를 넣게 되면, 충분하게 제공하였지만 사용자들에게는 와닿지 않게 되어버려요.

그래서 많은 플랫폼들에서 집중해야 할 기능이나 정보들을 강조하고 나머지 정보들에 대해서는 무시할 수 있도록 음영을 주기도 합니다. 이럴 때에 사용자들은 수많은 정보/기능 중에서도 집중해야 할 곳을 바로 알고 플랫폼이 원하는 행동들을 수행할 수 있거든요.

시각적 집중 3️⃣ – 칵테일 파티 효과🍸

시각적 집중의 마지막 심리 효과는 지난주에 설명드린 칵테일 파티 효과예요. 간단히 설명드리면, 칵테일 파티 효과(Cocktail Party Effect)는 주위가 소란스러워도 자신에게 중요한 정보를 우선적으로 알아듣는 인지 현상으로 자기 관련 효과(self-referential effect)라고도 하는데요. 칵테일 파티 효과를 처음 연구한 영국의 심리학자 콜린 체리는 이 현상을 연구하기 위해 '이분청취 실험(dichotic listening experiment)'을 고안했어요. 이 실험에서 참가자들은 양쪽 귀에 서로 다른 오디오 메시지를 동시에 들려주고, 한쪽 귀의 메시지에만 집중하도록 지시를 받았어요. 체리는 참가자들이 지시받은 메시지를 잘 따라갈 수 있었지만, 다른 쪽 귀에서 들리는 메시지에 대해서는 거의 기억하지 못한다는 것을 발견했지요. 즉, 사람들이 주의를 기울이는 소리에 대한 선택적 처리능력이 있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던 것이지요. 

플랫폼 UX/UI에서는 주로 사용자의 닉네임을 언급하여 선택적으로 주의를 갖게 만드는 전략으로 많이 활용이 되어요. 카카오 헤어 플랫폼의 첫 화면에 [파쓰님, 차분하고 트렌디한 스타일 찾고 계시요?]와 같은 문구나, 캐치테이블에서 [파쓰님이 좋아할 매장] 등으로 표현되는 것이 바로 이런 칵테일 파티 효과를 노린 것으로 볼 수 있지요.